중국에서 살게 된 허성, 한국어 사용자인 방문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ㅎ
지난 9월 6일 중국 창쩌우(샹하이 바로 북서쪽 140km)의 새 직장 常州劉國鈞高等職業技術學校(Changzhou Liu Guojun Vocational Technology College)에 부임하여, 며칠을 쉬고 10일부터 수업을 맡았습니다. 이 학교는 우리나라 식으로 하자면 고등학교 3년 과정과 초급대학 2년 과정이 합쳐진 5년제 학교이고, 전체 학생은 6000명 정도에 교직원도 300명쯤이라고 하는 큰 학교입니다. 한 학급에 40명씩의 학생으로 된 4개 학급이 나로부터 한국어를 일주일에 45분씩 두 시간을 배웁니다. 다음 주부터는 40명 쯤의 학생을 대상으로 에스페란토(중국말로 世界語라고 부르는)를 두 시간을 가르치게 되고, 또 일부 교사들에게 한국어를 또한 수 시간 가르치게 될 듯합니다. 그래도 모두 주당 14 시간쯤을 월-목 요일에 가르치게 되니 학교 근무는 여유로운 편입니다. 또한 월요일은 오후 시간을 화 수 목은 오전 시간을 배치해서, 최대한 자유롭게 내 시간을 활용하도록 배려해 주는군요..ㅎ
또 이곳 행정실에 이미 한국말을 좀 어설프게나마 하는 직원이 하나 있어서, 매사에 나를 담당하듯이 도우미 노릇을 좀 해 줍니다..ㅎ~ 서로의 언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니 다행이지요~!
내가 맡은 아이들은 이제 17-18 살이나 된 아이들인데, 수업 태도나 순종적이고 양순한 점이 너무나 좋아서 내가 중고등학교 때 지내던 수준이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대한 걱정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의자가 등받이가 없는 직육면체의 나무 의자입니다. 공부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들이 몹시 피곤하지는 않을지 건강에 나쁘지는 않을지 무척 걱정이 되더군요. 또, 예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 곳곳을 맡아서 청소들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 중고등 학교 아이들을 학교에서 대하는 것이 너무 피곤해서 조기 퇴직을 신청한 우리집 바깥 양반(?)에 비하면, 나는 수업 이외에는 피곤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ㅎ
중국인 교사들의 다른 수업 시간은 매우 조용한 것 같은데, 제 시간에는 아이들이 제법 시끌벅적하게 떠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무엇 하나라도 따라 읽으라는 신호가 가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목소리로 따라 읽습니다. 이번 주는 모두 첫 시간이라, [안녕하세요?], [나는 ---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숫자를 1부터 10까지를 세는 것을 공부했습니다..ㅎ 한국어가 아주 처음인 아이들이라, 이에 대한 설명이 예사일이 아닙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교육학 석사를 받은 저이지만, 실행은 어려운 일입니다. 국제음성기호를 써 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말에서 독특한 된소리를 습득하게 하는 데에 사력을 다해얄 듯합니다. 저는 [한위 라오스 쒸씽(韓語 老師 許星=한국어 쌤 허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ㅎ
그리고 목요일 오후에는 이곳 창쩌우(인구 400만 정도라, 중국에서는 중간 도시지만, 여러 가지 경제적 문화적 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규모라 생각됩니다.)의 Esperanto 학습자나 사용자들이 강의를 요청해 와서, 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동방소학교라는 곳에서 공부하기로 하였습니다..ㅎ
그래도 내게 배우는 아이들과, 중국어로 때로는 약간의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좀 어려운 편입니다. 중국어를 쓰자면 내 쪽이 어렵고, 영어를 쓰자면 아이들이 어려워 하지만, 아이들은 영어를 써 주는 것도 좋아 합니다. 그리고 외국인인 내게 영어를 써 오는 아이들도 간혹 있습니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한자 단어의 발음은 비슷하지만, 언어의 계통이 매우 다른 말이라 한국어 일본어의 대조와는 달리 설명이 필요한데, 적절한 설명을 중국어로 제대로 하기에는 소생의 언어 능력이 아직 못 따라가니, 당분간은 맹렬한 중국어 언어습득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듯합니다.
학교 교정과 주변은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평소에 중국 도처에서 너무나 지지분하고 시끄럽고, 무질서하기 짝이 없고,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다투고 하는 흉한 모습을 많이 보아온 나로서는 좀 얼떨떨할 지경입니다. 좀더 지내면서 관찰을 해 볼 것이지만, 지난 한 주간의 인상은 매우 좋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 대해서 매우 우호적이고 협조적입니다. 이 학교는 재정적으로 충실한 것 같고, 일본과 한국의 학교를 대상으로 자매 학교를 맺고 싶어 하는데, 한국어 일본어와 에스페란토를 잘한다고 하고 지인도 많다고 보이는 나로부터 충분한 협력을 받기를 기대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나도 3년 기한 복수 비자를 받도록 조치를 하고나서 이에 대한 노력을 해 볼까 합니다. 여기에 근무키로 한 계약은 1년(10개월)이나, 차후 2년, 3년으로 연장하고자 하는 것이 이 학교의 뜻인 듯합니다.
하지만, 글 잘 써가며 생각하니 이제 상노인이 되신 노부모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1일 부산 부모님을 찾아뵈었더니, 85세 되신 아버지도 목공작업실일을 계속하시고, 아직 정신들은 건강하시나 아무래도 노쇠해 가는 모습이 눈에 두드러져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내가 중국으로 가는 일도 한편으로는 잘 된 일로 축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함이 베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헤어질 때는 지금껏 못해 본 포옹 인사를 여러 가족들 보는데서 해드리니 기뻐하셨습니다. 그런데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더군요. 조실부모한 벗님들이 보면 부러워할 일일 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로서 별로 해 준 것이 없는 처자식에게도 참 미안한 맴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제 남들 은퇴하는 나이에 데뷔(?)를 하고 앉아서 인생 100세 시대를 앞서간다고 읊고 있으니, 반신반의 일단 반기기는 하더군요.
우리나라 에스페란토 운동에 대해서도 좀 걱정은 됩니다. 나라도 붙어 앉아서 공부 좀 하자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 좀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ㅉ
주거는 외국인 전문가용 아파트같은 숙소동을 받았는데, 넓이며 시설에 불만이 없습니다. 깨끗한 새 건물에 있는 100제곱미터쯤의 집을 받았는데, 방 하나는 화실로 쓰시면 어떨까하고 물어오더군요. 비행기 짐으로 준비하여온 옷 책 따위가 규정무게 22kg 한계를 12kg초과하였다고 6만7천원의 추가금을 냈으나,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특히 의복류에 대한 대책을 조치중입니다. 올해 중으로는 그림 쪽에 생각을 넓힐 수는 없겠습니다.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한 언어습득이 최우선 과제이니까.
먹는 일은 학교 식당 건물에서 거의 모두 해결하고 있습니다. 나의 습관대로 아침은 거의 안 먹거나, 미리 마련해 놓은 빵에 우유, 두유, 커피, 홍삼물 따위로 지내고, 점심은 식당 건물 3층에 있는 교직원용 식당에서 먹는데, 중국돈 6유안(한국돈 1050원쯤), 저녁은 오후 4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에 1, 2층에서 학생들과 같이 먹는데, 보통 10유안(1750원쯤)입니다. 두번은 학교 밖 식당에서 소고기 볶음밥(牛肉炒飯)에 토마토-소고기-계란탕(西紅枾牛肉蛋湯)을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 딱 맞고 양도 2인분은 될 정도여서 좀 남길 수 밖에 없었는데, 값은 한국돈으로 2500원쯤 되었습니다..ㅋ~
스마트폰은 100유안(한국돈 1만8천원)짜리 유심카드를 사서 꽂고 개통하였는데, 처음에는 수신만 되고 발신이 되지 않고 국제전화도 쓸 수 없는 상태라 다시 500유안을 내고 6개월 이내에 다시 연장을 하는 조건으로 제대로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번호는: 질문의 메시지를 보내오시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ㅎ
숙소 전화로는 아직 국제전화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곧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스카이프 전화를 이용하고 있어 별 할 불편이 없습니닷..ㅎ 아참~! 그런데 중국은 Facebook이 안 됩니다. 혹시 나랑 페이스북 연결을 생각하시는 분은 참고하시고, 꼭 하신다면, 스카이프 songho823 이나, www.ipernity.com/home/hosong 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ㅎ
그리고 비행기 타고 오기 직전 날인 9월 5일에, 잠실 롯데 마트에서 도시바 노트북을 43만원짜리 행사특가로 사서, Nomota 김형근 IT 전문가로부터 두어 시간을 급하게 배우고(내가 노트북 사용 경험은 적어서) 2.4kg으로 좀 무거운 놈을 들고 왔는데, 이것을 사온 것이야 말로 참으로 잘한 짓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충분히 활용하며 여러 분야에 소통하고 있습니다..ㅋ
중국어로 중국 컴퓨터를 머지 않아 쓰게 되겠지만, 시방으로서는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혹시 바이러스를 타게 되어 써비스를 받게 될 지경에 빠진다면 거의 죽음이라 생각되어 웬만한 잡스런 프로그램은 얼씬도 하지 않고, 익숙한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생각으로, 꼭 해야할 일, 만만한 일에만 열심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놀러 오시겠다고 하신 분들, 혹시라도 꼭 오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9.10월은 지나고, 3박4일 짜리로 목요일 오후에서 일요일까지로 샹하이로 입국하는 것이라면 안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은 쉽사리 응대할 형편이 아닙니다. 후일을 기약하시길~ㅎ
우선은 예상되는 궁금증 해소를 위하여 간단히 보고 드렸습니다. 늘 건강하시길..ㅎ
2012년 9월 16일
중국 창쩌우에서 허성 인사 드림.. ^_^
* 오늘은 이곳 에스페란티스토 넷이 찾아와서 나를 안내해서 시내 구경을 시켜주고, 점심도 대접하고, 자기네 사무실로 안내해서 에스페란토 운동을 더 활기차게할 환담도 하게 하네요. 다음 기회에 또 보고 하겠습니다.
1 comment
Elbertinum said: